190616 김준수 뮤지컬 [엑스칼리버] 프리뷰

2019. 6. 16. 23:36


어언 3년만에 맞이하는 김준수 배우의 새로운 캐릭터

프리뷰를 본 후 나는 "됐다" 마음 속에서 여러번 외쳤다. 또 엄청난 캐릭터를 창조해내셨군요 아더.

아더가 김준수를 입어 매우 행복한 그 날이었다.



≡ 프롤로그

 

주술을 읊듯 멀린의 제자들이 둘러싸여 있고 멀린은 검이 뽑힐 바위 앞에 아기를 들고 있다.

아기를 중심으로 X형의 밝은 조명이 가로질렀다. 아더의 운명 아니, 숙명을 나타내듯 

 

 

≡ 변하지 않을 영원한 연대

 

우다다다 =3 무대 중앙으로 18세 아더가 달려나온다. 연한 소라빛 셔츠에 가죽 조끼 허리엔 칼춤을 차고 랜슬롯을 포함한 친구들과 검술을 펼친다. 역에 맞게 처음 보는 의상, 헤어 모든 것이 새로웠고 완벽히 소화한 모습에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케이와 검술을 펼치다 욱해버린 아더의 모습과 진정시키는 그의 아버지 엑터. 무겁게 담지 않으면서 2막의 변화를 더 받아들이기 쉽게 만들어준 씬이라 생각된다.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아더. 볼 뽀뽀와 궁디팡팡 받으며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데구르르 구르는 모습은 관객에까지 그 사랑이 전달되었다. 우리의 영원한 연대를 외치며 동행을 약속하는 그들 사이에 아더는 누가봐도 선한 얼굴만큼이나 본디 선한 본성을 가졌을 아이였다.



≡ 난 나의 것

 

아더의 과거를 낱낱이 읊는 멀린을 향한 거부.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의 존재마저 틀려버린 것에 분노를 거둘 수 없었다. 



≡  내 앞에 펼쳐질 이 길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을 인지하고 카멜롯을 위해 검을 뽑으러 바위에 오른다.  

그 때에는 검이 뽑히고 마냥 기뻐하고 자신을 칭송하는 친구들에게 부끄러워 하는 아더를 보며 2막 엔딩씬이 오버랩 되어 감정이 극명히 나뉜다. "멀린 이제 저는 무얼 하면 되죠?" 저 하나의 물음에도 순수함과 당참이 묻어났다. 


"선택 받은게 나라면 물러 설 수 없는데, 거친 불길이 내게 솟구쳐 올라." 

누구보다도 거부했던 그의 숙명에 물러설 수 없다면 맞서는 아더의 강한 신념과 용기가 그가 아더 팬드라곤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일지 모른다.



 

≡ 그가 지금 여기 있다면

 

기네비어를 시작으로 아더와의 듀엣곡.

정말 윤지욱을 만난거야? 여기서 이렇게?ㅠㅠ

어떤 말을 전해줄건지 기네비어에게 귀를 기울이는 모습 검을 뽑은 사람이 저인걸 알았을 때 귀를 기울이는 모습 사랑에 빠지는 모습 칼을 치켜들어 으쓱해 하는 영락없는 18세 소년이었다.


 

≡ 이렇게 우리 만난 건

 

운명을 굳게 믿는 아더에 반해 기네비어는 운명은 인연을 만들어주지만 그 인연을 유지시켜 주는건 자신들의 배려와 존중이라고 말한다. 



≡ 왜 여깄어?


모르가나와 "이 세상 그 어떤 아빠가 자식을 내다버리나"



≡ 기억해 이 밤

 

대관식.

엑스칼리버 앞에 맹세를 하고 그 위에 입맞춘다.

"영원한 맹세 지키리라- 아-" 바위산 정상에서 카멜롯을 위한 왕이자 원탁의 기사가 되겠다는 결연한 맹세



- Act 2 



≡ 오래전 먼 곳에서

 



2막의 첫 씬. 아더와 기네비어의 결혼식. 마치 프린스 알리를 연상케 하는 무대와 의상. 어둑한 푸른 저녁 위로 수놓아진 등불 연출에 눈이 황홀했다.

반지를 나누며 서로를 맹 민족 춤과 더불어 왈츠를 춘다. 이렇게 춤선 아름다운 왕 보셨냐구요


비극의 시작. 엑터의 죽음. 솟구치는 용의 불길을 잠재워 줄 이가 사라져버렸다는 것.


*투구꽃 - 뿌리에 강한 독이 있다.



≡ 눈에는 눈 


이 모든 만행이 색슨족이라는걸 확신하고, 눈 먼 분노가 불타오른다.

상하 구조물을 통해 현재 심리적 위치를 표현한다. 

상-색슨족 / 하-분노에 찬 울음을 뱉으며 용의 불길을 다스리지 못한 채 아더는 파괴를 기약한다.



≡ 혼자서 가 



≡ 심장의 침묵


본인조차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죽은 아버지에 대한 슬픔과 좌절을 표현한다.

이 넘버를 듣고 있고, 들어버린 나는 불길에 휩싸인 마냥 억누를 수 없이 눈물로 터져나왔다. 와...

청음회 때 가벼이 들을 수 있었던 넘버가 본공연을 만나니 바위와 파도가 부딪히듯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매섭기만 한 '바람' 몸 속의 공기를 일으켜 소리로 뱉어내듯 그 넓은 회장이 그의 울림으로 가득찼다. 



≡ 눈에는 눈 rep



상하의 위치가 바뀐다. 붉은 조명과 대비되는 흰 조명을 받으며 아더와 원탁의 기사들은 전쟁에 앞서 결의를 다진다.


≡ 이게 바로 끝


분노에 솟구쳐 가장 격정적으로 치닫는 넘버가 아닐까.

모르가나로 인해 그들의 불륜을 목격하고 처참히 배신당한 감정을 노래한다. 무릎 꿇고 있는 둘 뒤를 서성이며 그들 귓가에 악에 받친 소리를 낸다. 온 몸으로 표출하듯 떨리는 몸만 봐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 왕이 된다는 것


끝없던 고통을 감내해오며 자신을 향한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에 맞서는 왕의 길을 난 가리라" 노래하는 아더를. 마주하고 있는 나는.

그의 무겁고 고결한 맹세를 감내할 수 있을까 생각조차 두렵고 힘들었다.




자칫하면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슬로우 모션의 전투씬에도 배우들의 표정연기를 보고 있자니 cg를 이용한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과 같았다. 내 눈 앞에 살아 연기하는 사람들임이 신기할 정도. 슬로우 모션이 시작 될 때 1막 첫 씬(아더의 탄생)과 같은 동양적인 넘버로 바뀌는데 죽어서도 아더를 지키려는 멀린의 수호처럼 들려왔다.


* 16일의 전투씬 포인트

갑옷 위 X자 형태의 띠 왼쪽이 이미 풀어져 있는 상태였다. 오른쪽이 고정되어 있다면 문제 없었을텐데, 격한 액션씬으로 인해 곧바로 풀어져버렸다. 결국 뒷목까지 내려와 곤욕을 안긴 상태.

넘어져 있는 아더 뒤로 울프스탄이 랜슬롯을 칠 때, 눈이 휘둥그레져 일어나 그것을 벗어던지고 수장을 베어버린다.


* 사실 2막 엔딩씬이 끝나자마자 마지막이 무언가 허전하고 엔딩같지 않은 느낌이다라 생각하였지만, 내가 느낀 감정이 곧 연출이었던 것을 깨달았다.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텅 비어버린 장소 전투씬의 모습 그대로 다시 바위산을 올라 가장 높은 정상에서 치켜드는 엑스칼리버. 주위에는 남은 이 없고 내일을 위해 정해진 길을 담대히 걸어가야 하는 아더가 너무 아팠다.


그 순간만큼은 검이 선택한 자가 아닌, 검을 선택한 자가 되어 있었다. 



+

첫 공연의 벅참을 글로 써내려갈 수 없을 정도...엑스칼리버는 충분히 완성된 작품임이...

제일 걱정했던 음향부분도 확실히 좋아졌고, 신모르가나와 샤아더의 스파크 튀는 합이 짜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