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 XIA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6월호 화보 인터뷰

2019. 5. 22. 15:16




아더왕이 된 김준수


김준수의 약속


‘캐릭터 장인’이라고 불릴 만큼 극 중 인물을 아주 잘 소화하는 배우로 꼽혀요. 대표적으로 뮤지컬 <엘리자벳>의 ‘토드(죽음)’, <데스노트>의 ‘엘’ 등이 있죠. 캐릭터가 준수 씨를 잘 만난 걸까요, 준수 씨가 캐릭터를 잘 선택한 걸까요?

제가 잘 선택한 것 같진 않아요. 왜냐하면 처음에 그 역을 하겠다고 했을 때 다들 안 어울린다고 했거든요. <엘리자벳>의 ‘토드’ 역이 원작에서는 중후한 남성의 느낌이 있었어요. 기존의 ‘토드’처럼 될 순 없겠지만 제가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죠. ‘토드’ 자체가 죽음이라는 관념적이고 무형적인 것을 의인화한 캐릭터니 성별도 알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 마음대로 신비로우면서도 섹시한 느낌을 넣어봤던 거죠.


<엑스칼리버>에서 준수 씨가 만들 ‘아더’라는 인물은 어떨지 궁금해요.

아직 개막 전이라 섣불리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연습할 때는 한 번도 나오지 않던 모습이 무대에서 갑자기 표출될 때가 있거든요. 확실한 건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도 저의 밝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거예요. 왕의 후손인지도 모른 채 철없이 자란 19세 청년이 갑작스럽게 왕의 운명을 받아들이잖아요. 가장 강력한 힘은 육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평화와 자연을 사랑하는 순수하고 착한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걸 ‘아더’를 통해 알게 된 것 같아요.


작품을 선택할 때 최우선시하는 건 뭔가요?

음악이오. 저는 음악의 힘을 믿어요. 다른 장르도 아닌 뮤지컬에서는 특히 그래요. <엑스칼리버>처럼 초연인 데다 창작 뮤지컬인 작품의 경우 음악 외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거든요. 아무리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대작이라도 흥행이 보장된 건 아니니깐요. 그래서 결과는 몰라도 음악을 듣고 내가 무대에서 행복하겠다, 재미있겠다, 흠뻑 취해 노래 부를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면 그 작품을 하고 싶어져요.


<엑스칼리버>의 음악은 어떤 점이 가장 끌렸어요?

기본적으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을 믿어요. 이 작품에서도 역시나 좋더라고요. 함께 하는 배우분들도 좋았고요.


초연인 창작 뮤지컬은 부담스러운 동시에 정답이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담감과 가벼운 마음이 공존해요. 인생이 다 그렇듯 말이죠. 하하. 창작 뮤지컬은 틀이 없어 자유로운 편이에요. 반면에 좋은 마음으로 출연해도 관객 반응은 안 좋을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있어요. 안정적인 걸 생각하면 창작 뮤지컬은 피하는 게 맞아요. 그런데 저는 <모차르트>를 하고 나서 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어요. 제가 뮤지컬 배우를 통해 제2의 삶을 살게 됐잖아요.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누가 해도 잘될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것보다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약속을 지키고 싶은데, 사실 부담은 있어요. 그때 괜한 얘기를 했나 싶은? 하하.


그런 약속은 김준수기 때문에 할 수 있고, 지킬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음… 그럴까요? 하하. 나이를 먹으니 확실히 안정적인 걸 택하게 돼요. 앞으로 더 그렇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애초에 욕먹는 게 두려웠다면 뮤지컬은 시작도 못 한 건 물론 다양한 작품을 못 했을 거라는 생각을 늘 해요. 뮤지컬을 하면서 소중한 것을 많이 얻었으니깐요.


늘 함께 캐스팅된 배우 중 막내였는데 <엘리자벳>에서 처음으로 팀의 맏형이 돼 조금 당황했다고요. 이번에는 세 배우 중 둘째예요.

배우뿐 아니라 앙상블 중에서도 늘 막내였어요. 그동안 했던 작품에는 류정한·홍광호 형이 있었는데, <엘리자벳>을 할 때는 제가 가장 나이가 많더라고요. 트리플 캐스팅 배우 중 제가 맏형이 된 경우는 처음이라 이상했어요. 부담도 되고,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싶기도 했고요. 이제 겨우 34살인데…. 


뮤지컬계에 후배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도겸이를 보면 제가 뮤지컬을 처음 시작했을 때가 떠올라요. 진짜 긴장을 많이 했거든요. 더군다나 그룹으로 활동하다가 처음으로 개인 활동을 할 때의 심정은 누구보다 잘 아니깐요. 그래서 용기를 많이 북돋아주고 있죠. 잘할 거예요.


그동안 쉼 없이 뮤지컬과 콘서트를 했더라고요.

그러게요. 다른 사람들은 콘서트를 2년에 한 번 하더라고요? 하하. 저는 이렇게 활동하는 게 기본인 줄 알았어요. 사실 전 쉴 때 더 무기력해요. 군대 있을 때 빼곤 활동을 쉬어본 적이 없어요.


뮤지컬은 3시간 내내 긴장하며 하는 공연이라 체력 소모가 클 것 같아요.

공연하는 동안 노래, 동선, 연기, 춤, 대사 등을 짜인 틀 안에서 소화해야 하는 데다 50회 동안 한 번도 틀리면 안 되잖아요. 매번 긴장되지만, 그 모든 게 끝나면 성취감을 느껴요. 엔도르핀이 돌죠. 체력 관리요? 그냥 잘 먹고, 잘 자요. 20대 때는 3시간만 자도 체력이 회복됐는데, 요즘엔 그걸로는 안 돼요. 작년부터 나이 먹은 걸 체감하고 있어요.


나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 있어요?

아뇨. 사실 전 지금보다 10년 후가 기대돼요.  제가 하고 싶은 걸 결과에 상관없이 편히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뮤지컬을 일 년에 한 번만 해도 되게 감사하고, 행복각할 것 같아요. 


지금도 행복하죠?

어우, 그럼요! 너무 행복하죠.


<엑스칼리버>는 준수 씨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엑스칼리버>는 저에게 새로 뽑아야 할 검이자 도전이에요. 창작 뮤지컬을 할 때마다 그 무게가 무거웠지만, 이번 작품은 특히나 더 무거워요. 참, 이번 작품은 70~80명이 함께 무대에 올라 전쟁 신을 보여주거든요. 그때 한 번도 보여드린 적 없는 저의 검술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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