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 XIA DAZED 데이즈드 코리아 2월호 화보 인터뷰

2019. 1. 28. 19:19

뮤지컬 <엘리자벳>의 옷을 입고 현실 세계로 툭 뛰어들었다가 

무대로 돌아간 김준수의 목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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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이 불편해 보이던데요?

요즘 뮤지컬 <엘리자벳> 하고 있거든요. 어제 낮 공연 때 왼쪽 발목을 살짝 삐끗했어요. 근데 별거 아니에요.(웃음) 혹시 괜찮으면 발목에 멘소레담 좀 발라도 돼요?


당연하죠. 어제저녁에 공연이 또 있었잖아요?

네, 근데 그냥 다 했어요. 할 수 있어요. 오늘은 아침에 침도 맞았고요.


아까 스태프에게 “턴이 안 될 줄 알았는데 무대 서니까 되더라”라고 말했죠.

신기하게 그렇더라고요. 오늘도 잘될 거예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그래야 돼요.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아침에 일어나면 뭐부터 해요? 어떤 마음인가요?

우선 소리를 내봐요. “아, 아” 하고요. 목 상태를 체크하는 거죠. 오늘은 발목도 좀 돌려봤어요. 공연이 있는 날은 눈 뜨면서부터 약간 긴장한 상태가 하루 종일 이어지죠. 근데 공연이 없는 날도 온전히 놀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정말 잘 쉬면서 충전해야 하거든요. 그래야 몇 개월간 진행되는 공연을 이어갈 수 있어요. 아마 모든 뮤지컬 배우의 일상이 다 그럴 거예요.


해결해야 할 큰 숙제 하나가 남아 있는 느낌이겠네요.

뭐, 그렇죠. 기분 좋은 긴장감이죠. 뮤지컬은 거의 3시간 동안 모든 게 라이브로 진행되잖아요. 작은 실수 하나 없이 깨끗하게 마무리하려면 어느 정도 긴장이 필요해요. 긴장해도 이렇게 살짝 다치고 그러잖아요.(웃음)


긴장의 끈을 좀 놓는 건 잠자는 시간이 유일한가요?

정말 그렇네요. 맞아요.


전역하자마자 특유의 밝은색 머리로 복귀했죠?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의경 생활하면서 익숙해진 제 모습이 싫었어요.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전역한 바로 다음 날부터 <엘리자벳> 연습을 시작했거든요. 캐릭터의 특성상 어차피 밝은 금발 머리를 해야 했어요. 저는 작품 연습할 때 제 스타일이나 외형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제가 맡은 역할에 최대한 비슷해지고 싶더라고요. 그건 몰입에도 도움이 되지만, 상대 배우도 그럴 거예요. 그게 예의라고 생각해요. 아, 정말 검정 머리로 첫 연습에 참석하고 싶진 않았어요.


준수 씨 눈이 참 좋네요. 발음도 그렇고요.

눈빛요?(웃음) 감사한데 그건 제가 뭐라고 답하기 좀 어려운 거 같고요.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네요. 노래할 때 발음은 원래 좋은 편이었어요. 말할 때 발음이나 태도 같은 건 나이 먹어 가면서 의식적으로나 자연스럽게 분명해지려고 신경 쓴 것 같긴 해요.


왜요?

음, 어릴 적에는 어떻게 이야기해도 상관없잖아요. 말의 태도나 발음이 흠이 되진 않았던 거 같아요. 어눌하게 말하는 게 귀여워 보일 수도 있고요. 근데 어른이 되면서 여러 의미의 책임감과 무게가 생기다 보니까 말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말하는 태도나 방식이 신뢰와도 바로 이어지니까요. 뮤지컬은 발음의 정확성이 중요한 장르니까 아마 그 영향도 있을 거예요.


오늘 <엘리자벳>의 공연 의상 두 벌을 입고 촬영했잖아요. 준수 씨도 그렇고, 함께한 스태프도 그렇고, 팬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비슷한 분위기를 낸 적은 있지만 실제 공연 의상을 입고 화보 찍은 건 처음이에요. 이번 공연에 따로 프로필을 찍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아마 팬들이 정말 좋아할 거 같아요. 저도 재미있었고요.


맨 처음 '죽음'을 연기한 날 기억나요?

고민과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했죠. 아주 치열하게요. 저는 관객을 가장 중요한 평가자라고 생각하거든요. 과연 그들이 내가 연기하는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납득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죠.


이제 '죽음'과 준수 씨가 하나로 이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나요?

무대에 서는 순간만큼은 원래의 저를 잃어버려요. 정말 그래요. 캐릭터를 위해 특정한 설정을 의도할 수는 있잖아요. 근데 공연 전체를 계산으로 지배할 순 없어요. 예를 들면 저는 원래 약간 팔자걸음인데요.(웃음) 신기하게 '죽음'을 연기할 때는 그렇게 걷지 않아요. 그냥 자연스럽게 몸이 그렇게 흘러가요. 그렇다고 역할에 빠져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고 뭐, 그런 건 아니고요.(웃음)


뭔가를 배우고 공부하는 걸 즐거워하는 느낌이 들어요?

당연히 해야죠. 제 장점이 객관적이라는 거거든요. 저 스스로에게요. 부족한 게 뭔지, 뭘 하면 안 되는지 그거 잘 알아요. 저는 뮤지컬 많이 보러 다녀요. 제 작품이든 남의 작품이든 가리지 않고요. 관객의 입장에서 뮤지컬을 보는 게 생각보다 큰 영감을 줘요. 배우는 것도 많고요.


진작에 가요계와 뮤지컬계를 평정했잖아요. 어떤 기분이에요?

글쎄요.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저는 여전히 저를 보기 위해 찾아와주신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할 뿐이에요. 단 한 번도 그냥 되는 대로 대충한 적 없어요. 특히 뮤지컬은 그래야만 해요. 소위 말하는 티켓 파워나 인기는 언젠가 당연히 줄어들겠죠. 끝이 있어요. 당장 내일일 수도 있고, 1년 뒤일 수도 있지만 영원하지 않다는 건 잘 알아요. 그냥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끝까지 감동을 주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나이 먹는 건 어때요?

지금은 담담해요. 오히려 20대 때 더 조급하고 불안했던 것 같아요.


며칠 전에 누가 꿈이 뭐냐고 묻는데 주춤했거든요. 준수 씨는 어때요?

어릴 때는 원대한 꿈을 꾸잖아요. 직업에 대해서요. 저는 운 좋게 꿈꾸던 직업을 갖게 됐으니 꿈을 이룬 거라 할 수 있고요. 근데 그때부터가 중요한 거 같아요. 이제 막연한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꿈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추구하고 싶은지 그런 꿈요. 저도 꿈이 있죠.


뭔데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가수로든, 뮤지컬 배우로든 많은 사랑을 받았잖아요. 직업적으로 여기서 뭘 더 바라는 마음은 없어요. 이제 그냥 아름답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 하면서 살고 싶어요.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요. 그럼 행복할 거 같아요. 그게 생각보다 정말 어렵잖아요.


오늘 밤에도 무대에 서죠. 요즘은 무대에 서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들어요?

<엘리자벳> 속 제 첫 장면은 죽음의 다리를 건너는 거예요. 그 다리를 다 건너기 전에 모든 잡념을 버리죠. 그렇게 공연에 빠지는 거예요. 첫발을 떼는 순간, 첫 소리를 내는 순간이 공연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해요. 그 처음의 에너지나 기운에 따라 그날 공연의 모든 게 결정되거든요.


그 긴장감을 내내 느끼고 있어요. 내가, 지금.

아, 정말요?(웃음) 그러지 마세요. 그건 제 몫이에요.


지금 컨디션으로 봐서 오늘 밤 공연은 어떨까요?

평소보다 일찍부터 몸을 움직였더니 한결 가볍고 좋은데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딱 중심 잡고 깔끔하게 해야죠. 그럴 자신 있어요.


은은하게 풍기는 멘소레담 향이 좋네요.

하하하. 이상하신 거 아니에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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