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돌아온 김준수(XIA) 콘서트 '특특특'

2018. 12. 10. 18:09

[리뷰] 2년 만에 돌아온 김준수(XIA) 콘서트 '특특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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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내린 김준수(XIA)의 컴백 콘서트가 여전히 팬들의 뇌리에 깊은 여운을 남기며 공명하고 있다.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이번 ‘WAY BACK XIA CONCERT’에는 사흘간 2만 명의 팬이 몰려 김준수의 흔들림 없는 저력을 입증했다. 이번 콘서트는 몇 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 WAY BACK XIA


김준수가 김준수 했다. 언제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공연을 선보여온 김준수는 스스로 자신의 한계치를 또 뛰어넘었다. 공백기를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완벽했다.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3시간의 러닝타임은 그가 2년 만에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음을 실감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젠 더 이상 이 젊은 아티스트의 흔들림 없는 가창력이나 완벽한 퍼포먼스를 언급하는 건 무의미하고 진부하다. 그저 믿고 보면 된다. 그사이 얼마나 진화하고 성장했는지 오감으로 확인하면 된다. 이번엔 과연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하고, 충족하면 된다. 그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없으니. 


과연 이번에도 그랬다. 감동과 환희가 그의 목소리와 몸짓을 타고 흘렀다. 김준수의 음악 안에서 세대와 세대는 하나가 됐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남성과 여성이, 한국인과 외국인이, 예비역부터 군미필까지 한껏 어우러졌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감형 무공해 콘서트는 그렇게 완성됐다. 


별다른 게스트도 없이 혼자서 이 큰 무대를 180분 동안 빈틈도, 쉴 틈도 없이 꽉 채울 수 있는 아이돌은 김준수가 유일할 것이다. 방송활동을 할 수도 없었고, 군 복무 등 여러 제한적 여건 가운데 스스로 일궈낸 것이어서 더욱 값졌다. 팬들과 밀당을 즐기고, 무대를 쥐락펴락 하는 모습에서 이젠 어느덧 관록이 느껴졌다.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무한 매력의 가수가 또 있을까 싶었다.

# 세트리스트 그 자체로 김준수의 서사 


프로듀서별로 섹션을 나눠 진행한 스토리텔링이 빛났다. 1집부터 4집까지 주요 프로듀서의 히트곡을 짜임새 있게 배치했다. 세트리스트 그 자체로 김준수의 서사였고, 장엄한 드라마였다. 새롭게 편곡한 곡들은 한층 깊어진 음악성을 증명했다. 다양한 이야기와 노래를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하게 엮었다.  


무대에 대한 완벽주의가 다시 한 번 도드라졌다. 김준수의 강점과 장점을 고루 살렸다. 때론 화끈하고 강렬하게, 때론 감미롭고 달콤하게 관객을 매료시켰다. 화려한 퍼포먼스는 심장을 울리고, 온몸을 전율케 했다. 감성을 터치하는 발라드는 기교와 테크닉을 뛰어넘어 공감을 이끌어냈다.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싶을 만큼 강렬했다. 정해진 약속시간이 야속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웠다. 김준수 다운, 김준수 밖에 못하는 콘서트였다.

 

첫 곡인 ‘OeO’부터 하얗게 불태웠다. 트렌드를 따라 가기보다 자신의 것으로 승화해 내는 김준수의 힘이 객석까지 전해졌다. ‘No Reason’은 절제 속에 피어나는 섹시함이 돋보였다. 거친 숨소리까지 섹시하게 전달됐다. ‘Tarantallegra’는 명불허전이었다. 댄서들과 합을 이룬 칼군무가 압권이었다. ‘꽃’은 무대연출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시덩굴 안에서 노래하는 김준수 그 자체가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났다. 붉은 의상은 타들어가는 심장을 형상화한 듯했다. 마치 장엄한 블록버스터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발라드 ‘예뻐’는 음률로 여자친구의 머릿결을 매만져 주는 느낌이었다. 귀여운 이미지와 달달한 보이스가 팬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이어진 ‘토끼와 거북이’는 그가 조곤조곤 이야기를 걸어주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어쿠스틱한 반주가 아련한 멋을 더했다.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흉성을 계속 유지하는 김준수의 단단함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Incredible’은 한순간에 장내를 열광의 도가니로 들끓게 했다.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고 안무를 따라하며 무대와 객석이 동화됐다. 다음에는 탈진에 대비해 이온음료를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앙코르 곡으로 준비한 ‘Thank U for’는 그동안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보내는 스위트한 고백이었다. 팬들도 ‘기다렸어, 준수야’라고 쓴 배너를 들고 그의 컴백을 핑크빛으로 환영했다. 막이 내려가고 관객이 퇴장하려던 순간, 갑자기 그가 무대에 다시 등장했다. 예정에 없던 깜짝 더블 앙코르. ‘Incredible’로 다시 한 번 장내는 들끓었다. 그만이 할 수 있는 특급 팬서비스였다. 


# 팬바라기의 궁극 ‘지니 타임’이란 선물 


어느 공연이나 지향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무대와 객석의 교감이다. 그러나 김준수의 공연이 더욱 특별한 까닭은 스타와 팬이 서로 긍정의 에너지를 줄기차게 주고받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입체적이다. 무대 위 출연자와 객석의 끈끈한 믿음이 담보되어 있기에 가능하다. 


팬들은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김준수에게 환호하고 열광한다. 김준수는 그런 팬들의 얼굴을 보면서 정말 행복해한다. 관객의 행동과 반응을 관찰하며, 힘을 충전하고 용광로처럼 타오른다. 팬들의 모습에서 자신이 받는 에너지가 더 많은 거 같다고 겸손해한다. 그런 말 한 마디에 팬들은 조금 더 자신의 스타와 친밀해지고 가까워진 느낌을 받는다. 이것이 시너지가 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서로가 기다려온 그리움의 시간을 채우려는 듯 더욱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더 많은 관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맞장구 쳐주고, 시선을 마주했다. 3층 구석자리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세심하게 마음을 쓰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팬들에게 웃음을 그리고 행복을 계속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으로 비쳤다.  


팬을 대하는 그의 마음이 궁극에 달하는 지점은 ‘지니 타임’이다. 어느 가수의 콘서트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코너다. 노래보다 ‘지니 타임’이 더 긴장된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의 말대로 랜덤이고, 리얼이다. 어떤 소원이 언제, 어디서 ‘갑툭튀’ 할지 아무도 모른다. 소원도 진화하고 다채로워져 더욱 어려운 미션이 됐다.   


이 시간만큼은 김준수는 실존하는 ‘지니’다. 그는 오히려 ‘팬바라기’가 된다. 팬의 부탁이라면 뭐든지 다 들어준다. 자신이 줄 수 있고, 할 수 있는 거라면 그게 뭐든 몸을 아끼지 않고 소화한다. 그 자체로 잊을 수 없는 선물이다. 연인의 부탁을 들어주는 별걸 다 해주는 남자친구 같다. 팬을 대하는 그의 자세가 얼마나 유연한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귀여운 머리띠를 두르고 ‘천사시아’ 포즈를 하는 건 이미 고전이 됐다. 도포를 입고 ‘사랑가’의 한 대목을 부르거나 리본체조도 불사한다. 무반주로 부르는 노래는 마치 진공상태로 흡입되는 느낌을 받는다. 공기 중에는 오직 그의 목소리만 흩날린다. 그야말로 팬과 함께 어화둥둥이다. 


김준수는 이번 공연에서 중간중간 군대 경험담을 들려줬다. “군대 이야기만 해도 한 달은 할 수 있다”는 너스레는 대학 시절, 야상을 입고 주점에 앉아 주구장창 무용담을 늘어놓던 예비역 선배들의 그것과는 결이 달랐다. 학생장 시절을 잠깐 재현한 ‘일석점호 인원보고’나 자신의 콘서트를 보려고 입대를 미뤘다는 한 남성팬에게 “남자라면 한번 가봐야 한다”고 가볍게 눙치는 모습은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왔다. 논산훈련소에서 달을 보며 느꼈던 감정을 담담하게 고백한 장면은 코끝 찡한 감동을 선사했다. 팬들은 그가 ‘카나데’를 부를 때, 야광봉을 흔들며 거대한 달을 만들어 주었다. 김준수가 군대에서 봤다는 그 달빛을.


# 무대에 대한 진정성과 팬을 대하는 진심  


만약 진정성이란 게 손에 잡힌다면, 무대에 오르고 음악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우린 더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진심이란 게 눈에 보인다면, 팬을 향한 그의 마음을 우린 더 잘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준수의 공연이 호평 받는 까닭은 무대를 대하는 진정성이 매만져지기 때문이다. 댄스, 발라드, 뮤지컬 넘버, 퍼포먼스, 여기에 비주얼과 토크까지 완벽하게 장착한 그는 한 무대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생산한다. 그리곤 매번 상상 이상의 무대를 연출해낸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강점을 가장 잘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아는 영리함을 갖췄다. 


자기 자신의 콘텐츠이면서도, 결코 답습을 허용하지 않는다. 타협하지 않는 뮤지션이다. 아티스트는 계속 도전하고 새로운 걸 시도해야 한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체되어 있지 않다. 언제나 한 단계 앞선 공연으로 신선한 충격을 던진다. 흉내 내기가 아닌, 오리지널이다. 새로운 공연을 보고 싶다면 XIA의 콘서트를 강추한다. 


아마 그에게는 자신보다 팬들이 더 먼저 보이나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팬바보’라고 부른다. 팬에 대한 그의 따뜻한 마음은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결코 가공하거나 포장하지 않은 순수한 결정 그대로다. 길지 않지만, 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그것이 왜곡이나 과장 없이 그대로 가슴에 와 닿는다. 


당사자인 본인이 더 아플 거면서 “내가 선택한 일이기에 나는 괜찮다”며 위로를 건넨다. 그러면서 이제는 자신을 위해 싸우지 말라고, 그 조차도 내가 너무 힘들다며 팬들을 달래준다. 더 작아지더라도, 더 열심히 할 거라며 객석을 바라본다. 자신이 눈물을 드러내면, 팬들이 더 아파할까봐 목까지 차오른 감정을 애써 꾹꾹 눌러 담는다. 그리곤 남 몰래 눈물짓는 이들을 토닥인다. 

 

‘나도 이렇게 답답한데, 팬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나를 좋아한다는 이유 때문에 왜 더 힘들어야 하나’라는 생각에 한때는 가수를 그만둘까하는 고민까지 했었다는 가슴 철렁 내려앉는 말을 하면서도 “앞으로 우리가 만날 일은 많다. 이제 계속 만나자”고 다독인다.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을 만큼 그는 더 많이 배우고 단단해졌다. 


그가 팬들에게 전한 진심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번 콘서트는 그 어느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합니다. 사실 이 무대에서 다시 못 볼 줄 알았습니다.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던 일이 여러분을 통해 기적처럼 이뤄졌습니다. 말로만 전하는 게 어쩌면 염치없고 죄송한데, 진심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