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persBazaar 하퍼스바자 11월호 "김준수에 관한 몇가지 편견"

2016. 10. 2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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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J에 의해 게시 됨 2016년 10월 19일 수요일



김준수에 관한 몇 가지 편견

2016년 11월 10일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의 러닝 타임과 몇 개의 기사, 창작극 주변의 사건들. 김준수가 아쉬워하는 것들의 목록이다. 거기엔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김준수의 화보 촬영이 있던 10월 12일. 그가 행어에 걸린 옷을 들여다보다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패션을 잘 모르니까 예전엔 화보 촬영이 두려웠어요. 그런데 이젠 패션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기 스타일이 분명한 게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지난여름 김준수는 별무늬 반바지를 자신의 ‘고유템’으로 지정했다. 이 반바지에 대한 애정은 팬들이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에 출퇴근하는 그를 포착한 사진만 봐도 즉각 알 수 있다. 상의와 액세서리는 바뀔지언정 별무늬 반바지만은 언제나 그대로다. 모두가 잠옷 같다고 말린다는데,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가 뭔가? “주고 산 값만큼 입어야죠. (김)재중 형은 실컷 쇼핑해놓고 잘 안 입는 옷이 많은데 에이, 전 이해 안 가요! 사실 패션에 대해서 관심이 없던 것도 맞지만 덮어놓고 ‘김준수는 옷을 못 입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개성으로 봐야지, 무조건 촌스럽다고 그래요! 생각해보면 예전에 내가 ‘청청 패션’ 했을 땐 다들 욕하더니 요즘엔 많이 입잖아요. 어쩌면 내가 앞서나가는 걸 수도 있어요.(웃음)” 그의 열정 어린 항변을 가만히 듣던 스태프들은 이렇게 덧붙였다. “제발, 시대를 앞서가지 말고 맞춰서 살아주세요.”





어쨌거나 “이젠 패션을 이해했다”는 선언이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 포토월에 선 김준수는 잠시(스웨이드 재킷만 걸친 마지막 컷에선 더욱) 수줍어하더니 이내 당당하고 유려하게 움직였다. 그를 수십 번 이상 촬영한 사진가 김영준 역시 “이제껏 못 보던 모습”이라는 코멘트를 남겼을 정도. 10월 29일까지 성남아트센트에서 열리는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를 봤을 때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젊음과 아름다움을 위해 초상화에 영혼을 판 소년 ‘도리안 그레이’를 연기하는 김준수는 분명 노련했지만 어딘가 도전적이었다. 사실 <도리안 그레이> 뮤지컬 자체가 새로운 시도에 가깝다. 원작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유미주의와 도덕에 관한 은유적 문답만으로 구성된 소설 아닌가. 쾌락주의자인 헨리 워튼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고 세상 물정 모르는 도리안 그레이에게 흥미를 느껴 그를 타락시킨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미학이 과연 도덕이나 정의보다 귀중한 가치인가, 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 대부분의 서양 시대극이 권력과 사랑이 부딪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 정치극인 가운데 이토록 관념적인 이야기를 뮤지컬로 재탄생시키는 건 결코 쉽지 않았을 거다. “대본 작업에 모든 배우가 참여했어요. 각기 다른 번역본을 읽으면서 의견 주고받고 서로 대사를 바꿔보기도 하고. 워낙 대사가 방대하다 보니 선택과 집중이 중요했죠. 원작을 사랑하는 팬들은 아쉬운 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장르가 다르잖아요. 결과적으로는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꽤 괜찮은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김준수의 ‘오감’이라는 표현처럼 <도리안 그레이>는 아름다움을 그려내기 위해 감각적인 장치를 총동원했다. 뮤지컬 최초로 해외 로케이션을 감행, 체코의 플로스비체 고성에서 촬영한 영상을 무대 요소로 사용해 공간적인 제약을 뛰어넘고 패션만으로도 서사를 짐작할 수 있게끔 각 인물의 성격을 의상 속에 극명하게 담아냈다. 그간 뮤지컬계에서 군무 외에는 딱히 부각되지 않았던 안무를 적극 활용한 것 역시 <도리안 그레이>의 특별한 점이다. “김준수가 있기에 무용을 늘렸다”는 이지나 연출가의 말처럼 김준수는 현대무용에 가까운 몸짓과 함께 등장하고 극 중간마다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예전부터 뮤지컬에서 춤을 추고 싶었는데 그런 작품이 정말 없었어요.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은 노래 위주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무용이 가진 대체 불가능한 감동과 희열을 십분 활용할 수 있을 텐데도! 특히 아름다움이라는 건 노래만으로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름다움 자체를 표현하다는 이 뮤지컬의 주요 목표부터 난제였을 테지만 특히 김준수에겐 더욱 그랬다. “스스로 아름답다고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내가 내 초상화를 보고 감탄하면서 ‘이게 나예요? 너무 아름다워요.’ 이런 대사를 한다는 게 참….(웃음) 아니, 그런 민망함을 다 떠나서 무대 위의 내 모습을 보고 과연 젊음과 아름다움을 지키고 싶어할 만하다고 느껴야 설득력이 생길 텐데, 스트레스가 컸어요.”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문정 음악감독이 “립서비스가 아니라 에너지가 정말 굉장한 배우”라고 했듯 평단은 그에게 ‘캐릭터 장인’이란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순수하다가 관능적이고, 화려하지만 우울한 김준수의 도리안 그레이엔 수긍할 수밖에 없는 호소력이 있었다. 그런데 그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흠…. 도리안이 타락하는 시점이 너무 급하지 않았어요?” 선과 악을 오가는 캐릭터의 양면성에 관해 한창 열변을 토하던 그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극단의 감정을 오가는 것보다 선한 도리안의 분량이 짧은 게 힘들었어요. 성남이라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러닝 타임을 줄여야 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도리안이 순수했던 1막, 헨리(박은태)와 배질(최재웅)과의 즐거웠던 여름날이 딱 한 신만 더 있었더라도 훨씬 흥미진진하고 전체적인 균형감이 더 살아났을 거예요. 재공연에서 그런 점이 보완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배우들과 얘기해본 적 없는 개인적 의견이지만 그 점이 좀 아쉬웠어요.”


김준수가 말하는 안타까운 점 하나 더. 그는 “김준수는 판타지적 인물만 잘한다는 기사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뮤지컬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비현실적 인물의 비중이 높은 건 부인할 수 없다. 일단 인간이 아닌 경우가 많다. <드라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엘리자벳> 속 김준수의 캐릭터는 형체조차 없는 ‘죽음’이었다. <데스노트>의 ‘L’은 또 어떤가? 사신과 마계가 등장하는 만화 원작의 히키코모리 천재, 도무지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다. 물론 <디셈버>나 <천국의 눈물>처럼 보다 평범한 인물도 연기해왔지만, 이쯤 되면 판타지 극에만 특화된 건 아니더라도 편애한다고는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그건 맞아요. 일상생활에서 있을 법한 일은 드라마로 충분히 볼 수 있으니 뮤지컬은 좀 더 환상성을 가미한 이야기를 선호하죠. 게다가 비현실적 인물을 연기할 때는 더욱 상상력을 발휘해야 해서 도전의식이 생기기도 하고요. 하지만 제겐 판타지 인물은 ‘+@’의 영역이지 ‘Only’는 아니에요. <디셈버>나 <천국의 눈물>에선 아주 현실적인 연기도 했는데 그런 건 무시하고 판타지가 한계인 양 말하면 아쉽죠.”





"다들 말로만 응원하다고 그래요. 실제론 창작 뮤지컬에 그렇게 냉정할 수가 없어요. 감히 얘기하자면 라이선스 뮤지컬도 이상한 작품 많거든요. 아무리 엉성해도 라이선스라는 명성 때문에 칭찬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창작극은 선입견을 가지고 혹평부터 해요. 사실은 창작 뮤지컬에 더 관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느꼈겠지만 김준수는 포장해서 말하는 법이 없다. 불만과 의견을 거침없이 털어놓고 공감 가능한 이유를 덧붙이는 (특히 아이돌 출신의) 인터뷰이는 결코 흔치 않다. 이를테면 ‘뮤지컬돌’에 관한 의견이나(“연습 시간에 제대로 나오지 못하는 건 아이돌 개인이 아니라 회사 잘못이에요. 그렇게 바쁘면 스케줄을 잡으면 안 되죠.”) <데스노트>의 후일담(“코스프레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만화 캐릭터를 반영해야 했어요. 일단 노래 부르는 ‘L’이 상상이나 돼요? 정말 어려운 캐릭터였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쉽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등 무슨 얘기를 해도 사이다 같은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가장 열과 성을 다해 토로했던 화두는 창작 뮤지컬에 대한 편견이다. <도리안 그레이>를 포함해 여섯 편의 출연작 중 세 편이 창작극일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만큼 김준수의 말투는 유독 진지했다. “다들 말로만 응원하다고 그래요. 실제론 창작 뮤지컬에 그렇게 냉정할 수가 없어요. 감히 얘기하자면 라이선스 뮤지컬도 이상한 작품 많거든요. 아무리 엉성해도 라이선스라는 명성 때문에 칭찬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창작극은 선입견을 가지고 혹평부터 해요. 사실은 창작 뮤지컬에 더 관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배우 입장에서도 위험 요소가 있지만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로, 그게 맞아요.”


당연한 일이겠지만 요즘 김준수의 인스타그램 피드는 <도리안 그레이>로 도배돼 있다. 매일 원 캐스트로 진행되는 공연이다 보니 배질과의 키스 신을 준비하며 양치를 하고 있다든지 게임에 한창인 대기실 풍경이 종종 올라온다. 그중 의미심장한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행복한 사람은 모두 선하지만 선한 사람이 모두 행복한 건 아니라는 헨리의 대사를 인용한 포스팅. 그 속뜻이 궁금했다. “이리저리 치이면서 깨달았던 말이에요. 원작에서 이 대사를 보곤 바로 공감했어요. 언제나 선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정직하게는 살아왔는데 사기로 고소 당한다든가, 뭐 억울한 일이 꽤 있었잖아요. 나중에 무혐의 판결이 나면 뭐해요? 일단 그 순간만큼은 난 사기꾼이 되는데. 기자들은 마냥 재미있어 하고 댓글들도 밑도 끝도 없이 욕하느라 바빠요. 내가 누군가에게 선하게 대한다고 똑같은 피드백을 바라면 안 되겠구나, 어쨌거나 타인으로 인해 행복해질 수는 없구나, 그런 걸 느꼈어요.” 그는 인터뷰 마지막까지 이렇게 단단한 말만 던지고는 <도리안 그레이> 무대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