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917~19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샤리안 후기
2016. 9. 20. 01:51찬란한 아름다움 (Reprise) /
도리안의 마음속에서 헨리의 말이 흰 종이에 잉크를 찍어버리듯 재빠르게 퍼져나간다. 유독 잦은 횟수로 미간을 찌푸렸던 그. 새로운 삶의 방향을 알아가고 있는 두 눈의 반짝임은 환희가 가득찼다. 그를 향해 손을 내딛어 다가오는 헨리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피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여유롭게 순응하듯 지그시 감은 두 눈.
액자의 틀을 벗어날 때는 서슴치 않는 발걸음. 요즘의 도리안은 망설임 없는 선택이 느껴진다.
도리안의 귀 뒤에서 타락의 주술을 읊조릴 땐 흠뻑 취해 동공의 초점을 잃는다.
"후회없으라" 에서 매번 틀어지는 고개. 정말 대가없이 후회없는 쾌락을 누리며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걸까. 이 순수한 소년을 어찌하면 좋을까
아름답게 멈춰 버린 나 /
"시간의 저주를 피할거야" 하고 초상화를 향해 돌진하는 도리안 뒤로 그 시작을 막으려는 배질을 막는 헨리를 보고 있노라면..
허상된 욕망을 채워줄 그 실험이 시작된 것을 느껴 그의 떨리는 등이 안쓰럽기 그지 없다.
나의 얼굴- 고운 미성을 들을때마다 황홀하다.
당신은 누구일까 /
"아,,유명하진 않지만!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요!" 이 억양을 들을 때면 (특히 처음 '아') 옥상에서 이연을 처음 만나 자기소개하는 지욱이가 자꾸 떠올라
"저 오늘 청혼할거예요" 무심하게 대답하자마자 순식간에 표정이 사라지는뎈ㅋㅋ아 귀여워
이 넘버는 특히 왼블(17일)에게 주어진 축복이 아닐까? 앙니를 드러내며 이쪽으로 다가올때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겠어♡
하지만 표정을 담기 위해선 역시 오블..자켓을 받아 입고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을 그 순간을 맞이한 도리안. 무지개를 찾아가는 어린아이의 모습
최악의 줄리엣 /
일행들에게 시빌을 소개하며 예쁘죠? 하는 입모양마저 예쁘다
나날이 업그레이드 되는 시빌의 몹쓸연기에 도리안의 안색은 깊게 어두워져간다.
로미오-호 로미오-호 그녀를 비아냥 거리며 퇴장한다. 극 안의 극을 보고있는 나까지 그들과 동화되어 웃고 있는 생각에 미안해진다.
"당신이 내 사랑을 죽인거야. 예전에는 당신이 내 상상력을 자극했는데 지금은 호기심도 자극하지 못하는군. 아무렇지도 않아. 내가 당신을 사랑한 건 당신이 뛰어나고, 재능과 지성이 있기 때문이고, 당신이 위대한 시인의 꿈을 실현하고 예술이라는 그림자에 형태와 실체를 만들기 때문인데 당신이 모든걸 망쳐 놨어. 정말 천박하고 어리석군! 내가 그런 사람을 사랑했다니 미친 거야! 이제 당신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현실보다 예술적 이상을 흠모하고, 예술이외의 것을 하등하고 오히려 진실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는 도리언 그레이는 비난 받아야할까요. 결과적으로 충격을 받은 시빌 베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그러나 도리언 그레이는 끝내, 그녀의 죽음조차 예술적인 행위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며 그녀를 다시 흠모하게 됩니다. '예술에는 책임이 없다. 예술에는 예술만이 있을 뿐이다.'로 요약할 수 있는, 오스카 와일드의 유미주의는 쾌락적이고 차가운 것 처럼 보이기지만, 어떤 것에도 연연하지 않고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가치중립적인 규범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것은 또 하나의 형태로서, 오스카와일드 식의 '매력'과 연결됩니다. http://blog.naver.com/wonder21/220754645529
도리안은 헨리에게 시빌을 처음 설명 할 때도 헨리도 시빌을 보면! 이 아닌, "헨리도 그녀가 연기하는 줄리엣을 보면" 이라고 한다. 그가 탐하고 사랑하는 것들의 우선순위는 예술.
헨리를 통해 본인의 아름다움을 극도로 알아버린 본인조차도 그 기준선에 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탐하고 파고들다 파멸했다.
찬란한 아름다움 (Reprise) /
19일의 이 씬은 유독 몰입감이 더해졌다. 짧은 시간내에 섬세히 변해가는 표정연기에 신경이 곤두섰다.
헨리가 그를 향해 또 한번 타락의 주술을 노래할 땐 보랏빛 조명. 그에 응하듯 맞받아칠 때는 주홍빛 조명이 그를 내리쏜다. (서양에선 주홍빛이 죄악을 뜻함)
"난 냉혹한 사람일까요? 갑자기 이 비극이 왜 당신말처럼 아름답게 느껴질까요?" 초상화 속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일렁이는 환희가 다시한번 나타난다. 더 크게. (녹색 조명과 함께 뒷 배경영상의 자연이 채색되어진다.)
Against Nature /
(19일) 자리탓이었는진 몰라도 이렇게 몸이 떨려가며 본적은 처음이다. 볼수록 무대가 짓누르는 무게감이 엄청나다. 도리안을 중심으로 그의 자아들과 쾌락의 질주를 예고하듯. 4분 남짓한 시간에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오롯이 담기엔 매번 벅차.
(17일) 숨을 한번 고르고 부르는 가사. "끝이 없는 고통의 늪"ㅎㅎ 약간의 실수. 그것을 인지하고 만회하려는듯 폭주했던 가창력.
넌 누구 /
액자 틀을 가로질러 무대 앞으로 나오는 표정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나르시즘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쪽 얼굴을 쓰다듬고 허공을 향해 뻗은 손끝을 따라 흐르는 곡선. 그래요, 당신이 도리안 그레이
(17일) "이게 내 선택이야." 순간 짙어졌던 쌍커풀.
무엇이 기다릴까 /
양 볼 홀쭉이 들이마신 후 배질 얼굴에 내뱉는 연기까지 아름다워. 어떻게 모양까지 이쁜거지??
나를 '사랑했던-' 중성적이라기보단 여성적인 소리에 가까웠다.
1막에서의 찬란한 아름다움 (Reprise) 의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다. 조심성과 의심조차 없는, 지배와 당참으로 가득하다. 너 또한 나를 향한 거짓없는 환희를 즐겨보라고.
넌 어디로 /
(17일) 끝까지 텅 비어버린 영혼같이 표정 또한 없던 그였는데, 마지막 문이 닫히기전 입꼬리가 야릇하게 올라갔다. 배질, 너와 나는 이미 너무도 다른 세상을 보고 있어.
또 다른나 (전) /
(19일) 누군가 자신을 쫓고 있단 인기척을 느꼈을때 왼쪽으로 갸웃하는 고갯짓이 컸다. 지나가는 행인과 부딪혔을 땐 내가 본 날 중 가장 격한 입모양.
도리안 니가 나라면 도리안 내가 너라면- 점점 꿇어지는 무릎과 얼굴은 더이상 소망과 간절함이 아닌 어둠으로 드리워졌다. 아름다움만을 좇아 했던 말은 돌이켜질 수 없다.
Life of Joy /
이 때의 극도로 흥분한 도리안을 연기하는 김준수를 보고 있노라면 아 너무 짜릿해. 진정 노래에서 나오는 표정을 볼 수 있다.
'나에게 주어진 쾌락 한숨과 회개 조차 즐겨라' 배질에게 이 세계를 선사하듯
'삶의 두 얼굴' 곧바로 뒤돌아 주먹을 쥐고 헨리를 마주한다.
(17일) 헨리와 반원을 돌며 찬란한 아름다움을 노래할 때 도리안은 손을 뻗지 않았다. 이젠 그에게 자의식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모든게 지배되어 돌아가고 있는 모습.
(19일) 헨리의 표정 변화가 없다... 도리안에 대한 결연함조차 없었다. 감각의 완성을 부를 때 부터 이미 모든게 그릇된 환상인걸 알면서도 이기적이었던 그가 도리안 앞에서 그런 표정이라니 분노가 치밀었다.
악의 꽃 /
왈츠..왈츠... 영상으로 남겨주세요.. 어쩜 그렇게도 기품이 넘쳐 흐르지요?
샬롯을 향한 시야를 방해하는 브랜든 여사와 앨런 박사를 차마 똑바로 응시하진 못하고 바닥을 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샬롯에 자석처럼 이끌리듯 동선을 따라 그리는 코트자락
너를 보낸다 /
(특히 이 씬부터 마지막까지의 감정연기가 완벽했던 19일.
자신을 찌르려던 순간에도 선행을 베풀었다 말하는 도리안은 자기합리화를 위한 말이 아니었다. 진정 그가 생각한 선(善)을 행한 것이다.
숨이 끊어지면서도 끝까지 도리안을 향했던 배질의 말에 순간 울음으로 변했다.
"저쪽이에요 앨런" 욕조를 향해 내칠 때 왼쪽의 동그란 어깨가 드러났다. 어깨골까지 뻗은 곧은 쇄골뼈.
앨런의 유언장에 '니가 만든 악마' 는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아. 세상이 바뀐 시간을 부르며 바뀔 영혼을 상상하며 그를 방관했고 그가 저지른 만행 중 일부에 동조했고, 자신의 과오를 덮으려 배질을 죽인건 당신이야.
사라진 아름다움 /
"제가 배질을 죽였다면요?" 목놓아 배질을 외쳤던 그 때가 떠오르는 듯 울음섞인 목소리.
너는 나의 실패작이라 덤덤하게 말하는 그가 증오스러웠다. 철저히 자신을 배척하겠다는 말투.
그럼에도 일그럼 없는 얼굴이..정말 모든게 망가져버렸구나
"초상화 어디있어.. 어?" 붙잡혀진 어깨. 어린아이를 어루듯 건넨 물음은 그를 더 작아지게 만들었다.
힘없이 주저앉은 그를 향한 광기 서린 표정과 손짓. 도리안에 투영된 자기자신을 봐버려서 몸서리치는 모습이었다.
도리안 그레이 /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표현하는 표정. 공허한 눈동자 살기도 생기도 없는 얼굴.
가녀린 몸이 쓰러진다 이마에 드러나는 푸른 핏줄. 죽음이 잠식하듯 그의 몸 중앙으로 조명이 꺼지며 그렇게 찬란했던 빛은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