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205 뮤지컬 [드라큘라] 샤큘 후기

2016. 2. 6. 10:03



내가 갔던 공연중 27일 낮공이 참 좋았는데, 그 때와 맞먹을 정도로 벅찼다. 

그의 표정을 세세히 담을 수 있어서 더 좋았을지도.



어제는 아마 내 마지막 오블. 어느 블럭에 따라 볼 수 있는 표정들이 달라서 항상 고민하지만 오른쪽 블럭이어야 놓치지 않는 표정들이 많다. 내가 담고싶어하는 표정도 대부분

관을 정면으로 볼 수 있음에 제일 감사해.


초연을 봤을 때의 비해 400년이 지난 늙은 백발의 노인의 연기에 집중하게 된다. 흉측한 가면에 가려져있어도 그의 눈빛은 열연한다. 감탄사나 '아'라 든가 대사와 대사 사이의 숨소리까지 놀라울정도로 감탄하게 만든다.



미나가 끌리듯 쳐다보는 조각상에 아름답지 않느냐고 물어볼 때, 보통 그 대상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마련이지만 미나가 등장한 후로는 눈을 떼지 않는다. 말로 하진 못해도 눈으로 속삭이듯 간절한 마음.


"축복! 물론, 물론 축복이죠." / 초연때의 "축복? 그래요 축복." 에서 끝났다면 연거퍼 물론을 되뇌이며 '나를 대신하여 미나를 만난 너는 당연히 축복이겠지.'


"편안함 밤 되길." 나즈막히 던지는 모순적인 드라큘라의 경고 물론 그 한정이지만.



떠났다...? 이 표정을 정면에서 보긴 처음이다. 순간 분노에만 차오른 표정을 상상했지만 아니. 눈썹을 늘어뜨리며 상실감이 그득한 눈빛이다. 그리고는 곧바로 다시 그녀를 찾기 위한 수단을 향한 조나단에겐 스산한 표정.



이젠 초반의 "문제 없죠?" 에서 "문제 있습니까?" 의 대사를 이어간다. 개인적으로 '까'에서 느껴지는 위압감 때문에 후자의 대사가 좋다. 




≡ Fresh Blood


3일 낮공보다는 그르렁 하지 않았다. 한껏 여유있던 백작님 분주하게 가발과 가면을 벗고 싹 뒤돌아 바라볼때 보이는 날력한 턱선과 그려넣은듯한 입꼬리와 치아에서 1차 카타르시스. 정말, 정말로 숨막혀. 사실 붉은 머리를 드러낼 때 만큼이나 나에겐 숨막히는 순간이다. 딱 인중까지 모자가 덮히고 입부분만 싸악. 백작님의 회춘에 감사하여 기립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니까.. 

큰 가운을 이고 침대에 내려올 때는 발을 잘못 헛딛을까봐 항상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보지만 프로 백작님 약간의 위기가 있었을 때도 멋지게 안착하신다.


"영원히 살리라-" 얼굴 안의 모든 것들이 확장된다. 흘러넘치는 젊음을 주체 못 한 파워를 목소리와 표정으로 담는다.



윗비베이. 오늘은 새로 염색한 모발의 탓인지 일찍이도 앞머리 끝을 따라 붉은 물방울이 맺혔다. 


"이 곳 위트비 베이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 들었는데 과연 그런 것 같군요." 미나를 향해 손을 뻗치는 디테일. 미나가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안될 법한 미소까지. 항상 설레요 백작님...♡


루시가 미나에게 소리치며 달려올 때 어제는 조금 달랐다. 그동안 무례한 행동에 이상한 사람을 본 마냥 토라진 모습이었다면 눈동자를 위로 굴리며 몹시 아주 몹시 화난 모습이었다. 



≡ Lucy & Dracula - 1


신선한 피를 눈 앞에 두고 갈망하는 눈빛.

미나가 루시를 보고 드라큘라를 본 후에 "그냥 잠든것 뿐이에요." 였으면 조금 더 좋았을걸


"당신의 아름다움은 내 혈관의 모든 피를 멈춰세우는군요." 조심스럽지만 강하게 내 뱉는데 백작님 그거 알아요? 그 말 하며 다가오는 백작님의 아름다움에 숨까지 멎어버려요.


항상 의문이다. 초연때는 아직도 기억을 못하겠어 '엘리자벳사?' 라 정확히 명칭을 하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드라큘라는 이 때까지 그녀의 환생체라 생각하지 않을수도 있다고 생각되기도. "그래, 넌 이미 선택했어!" 너무나 확고하다 엘리자벳사에게 외치듯. 환상체인 존재는 어디까지 안고가는지 궁금해. 그저 이끌리듯 운명이 정해진걸까. 

어찌됐든 그가 찾던 '그녀'인건 명확하다.



≡ She ~ At last


재연에선 탈선개그로 귀여운 농담을 할 때 확실히 '아 농담이구나ㅎㅎ' 라고 모든이가 인지 할 수 있듯 농담 어투로 바뀐다. 귀엽고 간지럽게 지욱이처럼. 이것 또한 목소리의 힘.


"밤새 준비한건데.." 귀엽고도 안쓰러워. 다시 만난 후 나에게 있어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녀를 나로 인해 웃게 해주고 싶었고,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자신을 위해서도 밤새 준비한거라니 너무 귀엽잖아.


미나, 내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진.실.된 러브스토리를 들려드릴게요." 언제부턴가 너와 나의 이야기라 말로 새기듯 또박또박 짓누르듯 읊조린다.


드라큘라가 400년전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때, 미나의 표정변화도 매우 궁금한데... 온전히 미나만 보고 있기엔 나로서는 할 수 없는 일

엘리자벳사가 그를 향해 달려갈 때 이끌리듯 같이 달려가다 멈칫하는 미나를 처음으로 보았다. 가슴은 이미 알고있었던 일을 그녀도 모르게 알아가는 중일 것이다.


외투를 벗어 엘리자벳사를 감쌀 때는 이미 볼을 타고 내려오던 붉은 땀방울끼리 서로 뒤엉켜 얼굴을 뒤덮은 후였다. 마치 전쟁에서 싸워 얼굴이 피범벅이 된 것 처럼. 머리칼이 만들어낸 연출로 인해 모든것을 잃었다는 감정을 극대화 시켰다. 


제단 위에서 포효할 때, 미나 앞에서 포효할 때의 받는 느낌이 다르다. 전자에서는 신을 위한 원망 > 미나의 죽음에 대한 슬픔, 후자에서는 그 반대. 그 때의 목소리는 블록버스터급 영화에서 따올 법한 목소리 녹음이 아닌 항상 라이브인것에 놀란다.

잇츠오버의 마지막 드라큘라가 뛰쳐나갈 때 나오는 짐승의 괴성과도 엇비슷하지만 더 처절함이 가미된


팔부터 쓸어올라가는 샤큘의 조심스러운 손길. 마지막 짧은 키스 미나는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 Loving You Keeps Me Alive


"그 이름만 속삭여도 내 세상은 떨려." 마침 떨려에서의 목소리는 말 그대로 떨렸다. 떠얼-려 어제의 이 구절이 왜이렇게 가슴에 박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문구를 고백해내는 샤큘은 너무 안쓰러워서

 

미나의 앞에 서지 못하고 주위만을 빙빙 돌며 외치는 세레나데. 비로소야 가까이 다가가 옆모습을 보며 부를 때는 무릎 꿇은 모습이다.


초연의 미나는 처음부터 조나단만을 보며 노래했다면 재연의 미나는 드라큘라를 마주봐 노래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몰차게 떠나버린다. 이러나 저러나 샤큘 빠수니로서 매우 불쾌합니다ㅡ"ㅡ


노래 끝에 맞춰 주저앉아 보이는 앙상한 등. 너무나 얇은 소재때문에 등의 굴곡이 선명히 드러난다. 소매 앞섶의 프릴이 쟈근 손을 덮어버릴땐 귀 여 워  



she에서부터 얼굴이 붉어진 상태였는데 머리칼을 쓸어올리고 루시를 향해 쏟아버리는 눈빛. 부케씬에서의 표정 중 고르라면 어제를 손 꼽을 수 있다. 휘청거리며 퇴장하는 모습까지 완벽하다. 말 한마디 없이 드러내는 포스



≡ Life After Life


너의 세상 찾아서- 파괴.하거라.

문을 향해 걸어가며 목을 젖힐 땐, 한동안 뿔같은 머리가 꽤 오래 지속되었다. 

영원한 삶- 십자가를 뜯을 땐 프블에서의 영원히 살리라- 에서와 같은 표정. 

오블 앞열에선 두 손에 들고있던 쪼개진 십자가를 살포시 바닥에 두고 퇴장하시는 모습을 담을 수 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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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솔로곡 전 음성으로만 대화를 나누는 씬. 초연과 달리 매번 라이브인게 황홀해. 목소리에서의 연기도 매번 다르니까

"제발, 제-발 나와 함께해요."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서 간절함까지 더해졌고,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떠날게요." 다소 지친 목소리로 물러갔다.



≡ The Mster's Song Reprise


검은색 블라우스 검은색 가죽바지 안개 속에서 반듯한 이마를 보이며 깐큘의 모습으로 나올 때는 마음으로 외친다. 여러분 보십시오. 시아준수의 무궁무진한 잘생김을! 

이 또한 감사하게도 정면이었다. 허리를 숙여 렌필드를 바라볼 때 이목구비 마다 음영져 도드라지는 선들. 특히 곧은 이마에서 가로지르는 또렷한 콧대. 이마와 콧대가 밝게 보였는데 이것이 조각상이 아니고 무엇일까.

"멍청한 놈" 짧고 앙칼졌다. 그리고는 귀엽게 말하면 코찡긋, 아기짐승과도 같은 '크릉' 차가운 웃음을 보이며 다시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갔다. 드라큘라는 이미 렌필드의 운명의 끝을 알고 있었단 듯이



≡ The Longer I Live


'그'대 없다면 내 세상 멈 추네 (미나의 유혹에서는 영원토록 안개속'에') 살을 베어버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참 좋다.

 

마지막 한 소절 전에 관을 향해 힘빠진 걸음을 하면서 흐느낌의 소리가 커졌다.

손을 가슴팍에 살포시 가로질러 포개어 감정을 억누르듯 눈을 감을때 짙은 눈두덩이 메이크업이 너무 예뻐서 헉했다.


러빙유를 되뇌이고 있을 때 공격해 오는 무리들은 너무 잔인하다.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버린 표정이 적나라해. 아무리 드라큘라라도 톡 건들면 쓰러져버릴 것 같이 힘이 없다. 그 아픈 몸을 이끌고 관으로 향하는 과정을 보는것도 고통스럽다.



≡ Finale


반헬싱이 파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써가며 드라큘라의 사랑을 짓밟을 때 , 스스로도 무너져가는 모습에 다독여주고싶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이보다 더 지독한 사랑은 없다고.


분명 수없이도 자신을 찔러왔을 그 인데 그러지 못해 저주받은 고통 속에 살아왔다. 

문득 미나가 자신을 잊고 빛을 향해 돌아가게 하려는 잔인한 연극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의 사랑도 포기할 수 없는. 그의 대사처럼 이렇게 사랑했던 당신을 두 번 다시 잃을 수 없으니까. 그녀를 위한 길이지만 자신을 위해서도 저만치서 미나를 지켜보고 살아있지 않을까? 다시 한번 더 백발의 노인이 되기까지



어제의 공연은 왜이리 슬픔만이 가득했을까 가슴에 촉을 찌르고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잉크마냥. 

주인님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