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12 김준수 뮤지컬 [엘리자벳] 사연 첫 공연

2018. 12. 13. 02:06

샤토드의 역사 2012년의 시작을 알리듯 가지런히 내려온 앞머리의 백금발, 아이홀까지 짙게 그려진 블루펄.

그렇다 샤토드가 돌아왔다.

외형은 6년 전의 젊은 패기로 가득찬 토드였지만, 그 속은 여유로움으로 내리 눌러 빈 곳이 없었다.



≡ 프롤로그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분을 소개하지, 그의 이름 죽음"


토드의 상징 브릿지가 뻗어오고 조심히 엘리자벳 초상화로 걸음하는 발놀림부터 사뿐. 

완'전'한 파괴만이 샤토드만의 터지는 소리가 처음 나온 음절이다.

엘리자벳의 이름을 부르는 루케니 뒤로 온갖 신경들이 반응하듯 돌아서며 


그래, 나의 엘리자벳 너는 봤지? 은밀히 던지는 미소 



≡ 사랑과 죽음의 윤무 (론도)



씨씨에게 강하게 다가가 금방이라도 입맞추려 할 것 같지만 결국 씨씨를 뚫어져라 바라보고만 있는 눈빛은 죽음의 눈빛이 아니었다. 생기있고 밝았다.


죽천에게 자리를 내어달라 손짓하는 모션이 사라져서 아쉬웠다. 샤토드 손끝까지 우아한데..



≡ 신이시여 지키소서 우리 젊은 황제


초, 재연 때 보다 더 미세하게 요동쳤던 죽음의 날개. 그 어둠의 날개로 감싸 목숨을 앗아갔다면 삼연에선 한 팔로 대상을 가려 입맞춤한다.


이 모션이 죽음의 위력을 더 강하게 드러내보였다.



오른발만 밧줄에 고정시킨채 자유로이 결혼식장을 휘젓는다.

도구에 의존해 있다는 생각도 들지 못할정도의 동선. 상체를 이리 저리 돌려 허공에서조차 앞 뒷모습을 담을 수 있었던 친절함..  



≡ 마지막 춤






샤토드의 xㅣ그니처 숨소리로 이 고요한 적막을 울린다.

각을 살려 움직였던 지난 중간 안무들과 달리, 어깨와 팔동작을 크게 써 유하게 뻗는 동작들. (사실 춤빠인 만큼 첫동작부터 입틀막이 되어 동작들을 하나하나 기억에 다 담지 못했다고 한다....ㅠ)


첫공이라 긴장이 없진 않았는지 소리에도 몸짓 하나에도 막강한 파워에 부숴질 것 같았다


공긴 습하고 탁-!해. 습하고 탁하지 않았어도 이 소리 하나에 모든 대기환경이 바뀌었을거다 물론..



≡ 그림자는 길어지고


파워있는 목소리만큼이나 계단에서의 몸놀림은 언제나 황홀하다.

대사가 없는 씬 조차 죽음스러운 몸동작으로 시선을 빼앗아가 버린다. 계단에 다다를 때 한바퀴 돌아 난간에 누울듯이 몸을 기댄다.



≡ 행복한 종말


허리라인은 쏙 들어간 길게 퍼진 코트.............



≡ 엘리자벳, 문을 열어주오



이 넘버가 오늘의 1.5막을 알리는 씬이었나. 아무런 부피감 없는 몸을 일으켜 약해져버린 씨씨의 두 팔을 조종하고 감싸안아 입맞추려는 동작이 추가되었다. 죽음의 입맞춤이나 무의식 속의 지배감이 덮쳐오는 모습들이 자주 보여졌다. 극 중의 토드로서는 공격력과 지배력이 커졌지만 오히려 샤토드의 모습은 반대였다. 나에겐 충분히 이러한 능력이 있으니 받아들여라. 소유욕, 집착보다는 여유로운 기다림에 가까웠다. 그렇게 씨씨의 대찬 거절에 한발짝 물러선 그였다.



≡ 나는 나만의 것(Reprise) 


본인이 배음이 나오게 하는 방법을 조금 알고 있다는 이야기 (https://youtu.be/DhwyPBUF6xc?t=725) 를 먼저 듣고 나에게 배음이란것이 처음 들리게 되었던 삼중창을 5년만에 다시 마주하게 되니 이렇게 짜릿할 수가.



≡ 내가 춤추고 싶을 때




≡ 전염병


"감염되셨습니다. 폐하" 아니 발음이 이렇게 착 감길 수가 있나요..


외투를 벗으며 거침없이 소파를 밟고 또 팔걸이 부분을 밟고 뛰어올라 착지. 자리상 약간의 시야 방해가 있어 온전히 담지 못한게 한.. 발음과 목소리 톤은 이번 또한 과감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비되는 연출이 보여질 때 약간은 본능이 이성을 넘어버린 모습


엘리자벳의 던져진 목걸이를 받으려는 시늉도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요제프와의 사랑의 증표가 처참히 버려지는것이 목격되도록



≡ 그림자는 길어지고 (Reprise)




≡ 죽음의 춤 (마이얼링)


루돌프의 죽음을 앞에 놓은 희열에 가득찬 동작이었을까.

마지막 춤의 안무보다도 더 유려한 무용 동작이 가미되었다 내가 무엇을 보고 있나 싶을 정도의 새로운 모습.

골반을 좌우로 뒤틀며 장난감 놀리듯 권총을 매만지며 걷는다. 뒷허리에 그려져 있는 의상의 모형이 이 세상 너머의 몸매를 극대화 시킨다. 객석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빠앙- 검지손가락에 빙글 빙글 돌리며 퇴장.


김준수 안무의 유무로 정말 큰 변화를 느꼈던 씬



≡ 질문들은 던져졌다(Reprise) 


한 층더 높아진 브릿지 끝이 하늘 치켜세워졌으며 현상황에 대한 죽음의 우세함이 표현된다.

속도를 붙여 올라가 선을 잡고 노래하는데 내가 다 아찔..선을 조금만 더 팽팽하게 해주시면 안될까요ㅠㅠ



≡ 베일은 떨어지고


나야 내 천사.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요? 전보다 더욱 더 갖춰진 예복이었다 목까지 걸어잠근 셔츠, 베스트 자켓 온통 하얀색에 죽음의 색을 형상화한 것 같은 푸른빛의 브로치 그보다 더 빛났던 슬픈 두 눈.


브릿지에서 등장 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겉모습과는 사무치도록 다른 한 영혼이 서 있었다.

그녀를 갖고자 했던 소유욕 보다 그녀가 안은 고통이 그에게도 더 크게 와닿았던 것이다




커튼콜 마지막까지 죽음의 표정을 끌고 갔던 오빠였는데, 모르게 뿜어져나오는 사랑스러운 웃음.

그에 걸맞는 엄청난 환호가 이어졌다. 앞으로의 죽음의 길 그 장황한 첫 걸음. 너무도 수고했어요



* 볼프살롱에서의 토드의 등장. 왼쪽에서 등장해 턴테이블에 올라 팔짱을 낀채 손잡이에 기대 씨익 웃는다. 이 모든 배후엔 죽음이 있다는 이야기


* 이지훈 배우의 루케니 역은 재연 적에도 보았지만, 외관상의 변화로만 봐도 극을 이끌어 가는 중립적인 해설자 이상으로 더 광기 어린 눈으로 이 극을 바라보고 있었다.